조선 정조 때 어의 강명길이 편찬한 ‘제중신편’은 신체 각 부위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고, 또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처방한 것이 장점이다.
지창영 경희대 한의학과 박사과정
▶제중신편(濟衆新編)의 특징
‘제중신편(濟衆新編)’은 1799년 조선 정조 때 어의 강명길이 편찬한 의서다. ‘동의보감’ 편찬 후 약 200년의 세월이 흘러간 뒤 편찬된 ‘제중신편’은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의학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총 8권으로 구성된 ‘제중신편’의 기본 편찬 방향은 20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서였던 ‘동의보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취하는 쪽으로 설정되었다. ‘동의보감’의 장점이라면 중국 의학의 4대가로 칭송받던 주단계(朱丹溪), 유하간(劉河間), 이동원(李東垣), 장자화(張子和) 등의 의학이론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조선의 독자적인 의학을 정립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반면에 단점으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문제들은 상증(常證, 일반적인 증상)이 빠진 부분이 있고, 중복되는 문장과 번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향약의 이용이 강조되는 시점에 아무리 좋은 처방이 라도 구성약물이 너무 고가거나, 구하기 어렵다면 실용적인 문제에서 커다란 장애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중신편’에서는 임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중복되지 않게 의론(醫論)을 편찬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였다.
또한 ‘동의보감’의 단점으로 부각된 부분을 ‘동의보감’을 제외한 21종의 의서에서 보충해 넣었다. 또한 ‘동의보감’ 이후에 나타나는 경험방·속방 등을 집어넣어 우리 의학의 자존심을 확인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이전 시대와 확연히 다른 면이다.
이러한 전통은 후세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는데, 예를 들면 ‘방약합편’의 처방내용에서 그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다. 구한말에 편찬된 ‘방약합편’은 처방지침서 구실을 하는 의서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의서 중 하나다.
‘방약합편’에는 ‘제중신편’에서 신증(新增)한 속방과 경험방이 실려 있다. 속방과 경험방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기본으로 흔한 질환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처방들의 효능이 의학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되고, 일반에 소개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또한 ‘제중신편’은 중국에서도 세 차례나 간행되었는데, 이는 우리 의학을 중국에까지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 글은 ‘제중신편’의 편차에 따라 전개했으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의학 용어들을 쉽게 풀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을 위주로 본문 외에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하였다.
‘제중신편’ 중 여기에 수록된 부분은 한의학의 기본적인 원리와 치료원칙들을 포괄하고 있다. 한의학 치료이론이 대증치료를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일반인을 상대로 설명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한의학의 기본원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필자로서는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이다.
▶본문해설
제1권에서는 풍(風)·한(寒)·서(暑)·습(濕)·조(燥)·화(火) 등 여섯 가지 외감성 질환(外感性疾患)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이 신형(身形)으로부터 시작하는 내경(內景)을 책의 처음으로 삼고 잡병편(雜病篇)인 권이(卷二)에 풍·한·서·습·조·화로 시작하는 것과 대조되는 것으로 ‘제중신편’이 실제 임상에 응용하기 편리하게 편집됐음을 알 수 있다. 동양의학에서 질병의 발병 원인을 크게 외감성 질환(외부에서 나쁜 기운이 침입하여 나타나는 질환)과 내인성 질환(內因性疾患, 인체 내부의 정기가 허약하여 생기는 질환)으로 나눈다. 이 두 종류의 병인은 대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를 ‘외감협내상(外感挾內傷)’이라고 한다.
풍(風)에 대한 해설
풍이 생기는 원인에 대한 의학자들의 견해는 매우 다양하였다. 시대별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풍이란 기혈의 정상적인 운행이 방해를 받아 나타나는 정신적·육체적 장애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신혼미, 사지불수, 구안와사, 성음불출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또한 중풍과 유사한 유중풍이 있는데 이를 중풍으로 보고 치료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흔히 유중풍으로 거론되는 것은 중서(中暑, 여름에 더위에 상한 것), 중한(中寒, 차가운 기운이 인체 내부에 침입한 것), 중습(中濕, 습한 기운이 체내에 침입한 것), 담궐(痰厥, 체내에 가래가 많아서 기혈이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는 것), 기궐(氣厥,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기운이 위로 올라가서 중풍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 식궐(食厥,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여 나타나는 중풍과 유사한 증상), 열궐(熱厥, 체내에 음기가 약해져서 열이 심하여 나타나는 증상), 허운(虛暈, 인체의 정기가 약해져서 나타나는 증상) 등이 있다.
졸중풍(卒中風) 구급(救急) 사람이 쓰러져 의식이 없을 때에는 인중(人中)과 열 손가락의 손톱 끝에 있는 십정혈(十井穴)에서 피를 내준다.
중풍의 예후 일반적으로 사지를 못 쓰면서 으슬으슬 추운 증상이 있는 것은 육부(六腑)에 병인이 있는 것으로 쉽게 치료된다. 구규(九竅, 인체에 있는 아홉 개의 구멍)의 활동에 장애가 있는 것은 병인이 오장에 있는 것이어서 치료하기 어렵다.
중풍의 예방 일반적으로 엄지와 둘째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없는 것은 중풍이 오려는 전조다. 이러한 증후가 올 때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죽력지출환(竹瀝枳朮丸) 등의 약제를 증상이나 체질에 맞게 복용하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풍비(風痺)풍비는 사지가 저리거나 감각이상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병의 원인은 주로 풍(風)·한(寒)·습(濕)의 세 가지 사기(邪氣)인데 원인을 찾아서 증미오비탕(增味五痺湯), 행습유기산(行濕流氣散) 등을 처방한다.
역절풍(歷節風) 역절풍은 온몸 관절이 아픈 증상을 말한다. 이는 혈허(血虛) 또는 혈오(血汚)한데 풍·한·습의 사기가 인체에 침입해 기혈 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통증을 유발한 것이다. 병의 원인을 찾아서 대강활탕(大羌活湯), 소풍활혈탕(疎風活血湯) 등을 복용한다.
한(寒)에 대한 해설
상한(傷寒, 차가운 기운이 인체에 들어와서 나타나는 각종 증상)은 광범위하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한기가 손상시키는 부위에 따라 크게 육경(六經), 표리(表裏) 등으로 나눈다. 또한 의사가 잘못 치료하여 나타나는 증상 등 실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의 특징적인 면들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육경(六經)에 따른 증상과 치료법 태양증(太陽證)은 머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나면서 바람과 추위를 싫어한다. 태양증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맥이 뜨면서 늘어지는 것은 풍(風)에 상한 것이고, 맥이 뜨면서 긴(緊)한 것은 한(寒)에 상한 것이다. 그 치료는 계지탕(桂枝湯), 마황탕(麻黃湯),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 등을 응용한다.
양명증(陽明證)은 눈이 아프고 코가 마르면서 잠을 못 자고 열이 심하게 난다. 그 치료는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 백호탕(白虎湯) 등을 응용한다. 소양증(少陽證)은 소리가 잘 안들리는 이롱(耳聾), 옆구리의 통증, 더웠다 추웠다 하는 한열왕래(寒熱往來), 구토, 입맛이 쓴 증상 등을 수반하며 거문고줄처럼 팽팽한 현맥이 나타난다. 소양증 치료에는 소시호탕(小柴胡湯), 황금작약탕(黃芩芍藥湯) 등이 응용된다.
태음증(太陰證)은 배가 부르고 목이 마르면서 설사를 하는데 이중탕(理中湯) 등을 이용하여 치료한다. 소음증(少陰證)은 혀와 입이 마르는데 맥이 가라앉으면서 힘이 있으면 하법(下法, 차가운 약을 사용하여 설사를 시키는 방법)을 응용하고, 맥이 가라앉으면서 미세하여 힘이 없는 것은 따뜻하게 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궐음증(厥陰證)은 가슴이 답답하고 음낭(陰囊, 불알)이 오그라드는데 소음증과 마찬가지로 맥의 상태에 따라 하법을 쓰거나 따뜻하게 하는 법을 사용하여 치료한다.
표증(表證)과 이증(裏證) 표증은 사기가 인체의 겉부분에 있는 것이고, 이증은 사기가 인체의 내부에 있는 것이다. 표증의 특징은 위에서 언급한 태양증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향소산(香蘇散),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 등의 약물을 응용한다. 이증은 사기가 위부(胃腑)로 들어가 대변을 못 보고, 더운 것을 싫어하고, 발광, 헛소리, 갈증 등을 수반하는데 대변을 소통시키는 하법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잘못된 치료로 나타나는 증상 상한의 치료에는 사기의 성질과 부위에 따라 한(汗)·토(吐)·하(下)·온(溫)·화(和)의 방법을 사용한다. 한법(汗法)은 사기가 피부 등 얕은 부위에 있을 때에 땀을 내서 사기를 몰아내는 방법이다. 한법을 과도하게 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망양증(亡陽證)이라고 하는데 인체의 수분이 다량배출돼 소변량이 적어지고 근육이 혈액을 받지 못해 강직되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에는 빨리 땀을 멈추게 하는 지한법(止汗法)을 사용한다.
토법(吐法)은 사기가 흉격 부위에 머물러서 인체의 정상적인 기가 하부로 내려가지 못하여 나타나는 제증상을 치료하는 법이다. 토법은 상당히 공격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에 맥과 증을 잘 분별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만약 사기가 상부에 있는 경우가 아닌데 토법을 사용하면 인체의 정기를 손상시킨다. 하법은 사기가 위부(胃腑)로 완전히 들어가서 실증의 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하법의 적용범위를 의서에는 상당히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하법을 잘못 사용하여 나타나는 증상의 대표적인 것이 비기(氣, 사기가 음부에 있을 때에 하법을 잘못 사용하여 가슴이 답답한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것)와 결흉(結胸, 사기가 양부에 있을 때에 하법을 잘못 사용하여 나타나는 증상으로 가슴 아래에 통증이 있는 것)이다.
온법(溫法)은 차가운 기운이 인체의 장부에 직접 침범하였을 때에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인체의 장부에 한기가 침입하였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은 상한음증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증상은 입술이 푸르고, 손톱과 발톱이 검은 빛을 띠며,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기 싫어지고, 갈증이 없으며 옷을 두껍게 입으려 하고, 다리가 오그라들며, 묽은 대변을 본다. 이러한 증상에 부자와 같은 약을 사용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양증사음(陽證似陰, 실제로는 양증이지만 안의 열기가 너무 심해서 내부의 차가운 기운을 밖으로 내몰아 음증처럼 보이는 증상)과 같은 증상에 부자 같은 대열(大熱)한 약물을 투여하면 피부에 반진(疹)이 생기고, 갈증이 심해지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 외의 여러 상한(傷寒) ①음양역(陰陽易) 음양역(陰陽易)은 상한이 나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 성관계를 가지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남자가 병이 나은 지 얼마 안 되어 여자와 성관계를 가진 뒤에 그 병이 여자에게 전염되는 증상은 양역(陽易)이라고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음역(陰易)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동의보감’에 재미있는 기록이 있는데 어느 집에 도둑이 6~7명이 들었다가 도망가지 못하고 죽었는데 모두 음양역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증상은 머리가 무겁고, 몸에 열이 나서 가슴으로 올라오고, 눈에 열꽃이 피고, 수족이 오그라드는데 심할 경우에는 혀를 내밀고 죽는다고 하였다. 이를 치료할 때는 소(燒), 산(散), 죽피소요산(竹皮逍遙散) 등의 약을 응용한다.
②외감협내상증(外感挾內傷證) 외감협내상증은 노력상한(勞力傷寒)이라고도 하는데 원기가 허한데 외부에서 한기가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에게 많은 증상이다. 도씨보중익기탕(陶氏補中益氣湯) 등을 이용하는 치료법이 있다.
③임신부의 상한 임신한 여성은 비록 상한의 병이 있더라도 한토하(汗吐下) 등의 공격적인 치료법을 응용하지 않는다. 또한 태아를 보호하기 위하여 황금(黃芩), 백출(白朮) 등을 각각의 증상에 맞는 약물에 더하여서 치료하는데 대체로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 위주로 치료한다.
서(暑)에 대한 해설
여름철에 더위로 인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총칭한다. 여기는 중서(中暑), 상서(傷暑), 서풍(暑風), 서병토사(暑病吐瀉), 복서(伏暑), 주하병(注夏病) 등이 있다. 덧붙여 여름철 건강관리법에 대하여 언급하겠다.
중서(에어컨병)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곳에 있다가 걸리는 병이다. 요새는 여름철에 에어컨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많이 발생하는데 으슬으슬 춥고, 머리가 아프며, 사지관절이 쑤신다. 치료에는 육화탕 등의 약물을 이용한다.
상서(傷暑) 여름철에 햇볕 아래서 과도하게 일하다가 걸리는 병으로 ‘더위먹었다’는 표현으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병이다. 백호탕(白虎湯)을 이용한 약재를 가감하여 치료한다.
서풍(暑風) 더위와 바람이 인체 내에 침범하여 손발이 꼬이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 것을 서풍이라고 한다.
더위먹고 토하면서 설사하는 것 여름철에 서독(暑毒)이 장위(腸胃)에 들어가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이와 같은 증상은 더위를 먹은 것도 원인이 되지만 차가운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경우도 많으므로 여름철이라고 지나치게 차가운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복서(伏暑) 서독이 장위의 사이에 들어가서 잠복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한다. 더웠다가 잠시 후 다시 추워지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하혈도 하고 여름철만 되면 그 증상이 재발한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주증황련환(酒蒸黃連丸) 등을 응용한 처방으로 치료한다.
주하병(注夏病) 늦봄과 초여름에 두통이 일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며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을 수반하는데 보통 음허(陰虛)하고 원기가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음기와 원기를 보충하는 약물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름철 건강관리 여름철에는 양기가 표부로 나가 뱃속은 허한 상태가 된다. 이런 까닭에 보신탕 등의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또한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려 망양증 등의 증상이 오기 쉬우므로 양기를 보충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습(濕)에 대한 해설
습이 야기하는 질환은 매우 광범위하다. 일반적으로 습은 그 생성경로에 따라 외부에서 인체로 침입한 것을 외습(外濕)이라고 하고, 차가운 음식 등을 먹어서 소화기에 장애를 일으켜서 생성되는 것을 내습(內濕)이라고 한다. 습은 다양한 질환을 야기하는데 특히 관절과 관련된 질환이 많다. 습의 종류를 풍습(風濕), 한습(寒濕), 습열(濕熱), 습온(濕溫), 주습(酒濕), 장습(濕)으로 나누어서 간단하게 살펴본다.
풍습, 한습, 습열 풍과 습이 동시에 인체에 작용하여 주로 관절의 굴신을 방해하는 질병을 야기한다. 한습은 차가운 기운과 습한 기운이 동시에 작용해 몸이 무겁고 관절이 땅기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습열은 습기와 열이 함께 인체에 작용해 근육무력증 등을 일으킨다.
습온(濕溫) 여름철에 습에 먼저 손상된 다음 더위가 인체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 증상은 발은 차가운데 손은 차갑지 않고, 심하면 온몸이 차갑고, 두통, 사지의 감각이상, 반신불수, 온몸에 심한 열이 나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중풍과 유사한데 맥을 잡아보면 이를 변별할 수 있다.
주습(酒濕)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 습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중풍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주습을 제거하는 약물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장습(濕, 풍토병) 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흔한 질환인데 음식이나 풍토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평위산(平胃散) 등의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조(燥)에 대한 해설
가을철의 건조한 기운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외인성 조로 주로 가을에 발병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인체 내부에 피가 모자라서 생기는 것이다. 조의 발병 특징은 피부가 갈라지고 비듬이 생기는 것인데 오늘날 주부들에게 흔한, 발바닥이나 손이 갈라지는 증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체 근육을 땅에 비유한다면, 피는 물과 같은 것이다. 가물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땅이 갈라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를 치료할 때는 질병의 상태에 따라 당귀승기탕(當歸承氣湯), 사물탕(四物湯) 등을 이용한 약물을 응용한다.
화(火)에 대한 해설
화는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영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렇지만 과도하게 작용하면 인체의 원기를 소멸시키는 역작용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열이 생기는 원인을 흔히 심장과 관련지어 설명하는데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에 부담이 커지면 열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마음을 한가롭게 해 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오늘날 흔히 보는 명상이나 기수련 등도 모두 이에 해당하는 질환을 예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내상(內傷)에 대한 정보
제2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내상(內傷)과 허로(虛勞)를 포함하고 있는 부분인데 ‘동의보감’의 잡병 4권에 해당한다. ‘제중신편’은 모두 8권인데 제일 처음을 외감에 의한 질병으로 잡고, 다음 편을 내상과 허로로 잡은 것은 ‘의학입문’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의학입문’은 외감과 내상을 구별하는 데서 질병의 파악이 시작된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상과 외감은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구별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둘째 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동의보감에서는 내경편 1~2권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다. 신형과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을 필두로 몽(夢,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성음(聲音, 목소리와 관련된 질환), 언어, 진액(津液), 담음(인체 내에서 필요한 성분으로 바뀌지 못하고 모여 있는 진액으로 여러 질환에 원인이 된다) 등을 다루고 있다.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내상에는 음식을 잘못 섭취해 생기는 음식상·주상(酒傷, 술을 과도하게 먹어서 생기는 질환의 총칭) 등이 있고 육체를 과도하게 사용해 생기는 노권상이 있다. 각각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본다.
음식상 음식을 과도하게 하거나 먹지 못해 나타나는 질환을 음식상이라고 한다.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위를 손상시켜서 각종 질환을 야기하는데 복통, 요통, 설사, 포만감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다. 반대로 제때에 음식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원기를 손상시키는 허증을 일으킨다. 음식상은 일반적으로 상태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음식물이 소화가 안 되고 장위에 남아 있는 것을 식적(食積)이라고 하는데 식적이 장위에 있지만 원기를 손상시키지는 않았을 경우에는 음식물을 소화시켜 이끄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식적이 있으면서 원기도 손상된 경우에는 소화시켜 이끄는 약물과 원기를 보충하는 약물을 병용한다. 반대로 먹지 못해서 생긴 질환에는 원기를 보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주상 술을 적당하게 마신다면 이보다 좋은 약은 없을 것이다. 술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타박 등으로 인하여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긴 경우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성질이 매우 뜨거워 한겨울에 바닷물은 얼어도 술은 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몸이 차가운 사람이 생강과 함께 복용하면 몸을 덥혀주기도 한다.
옛날에 세 사람이 여행을 하다가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큰 병이 걸리고 한 사람은 아무런 병도 얻지 아니하였다. 죽은 사람은 굶은 사람이요, 병이 걸린 사람은 죽을 먹고 잠든 사람이고, 아무런 병도 걸리지 않은 사람은 술을 먹고 잠든 사람이었다는 말이 있다.
즉 술은 사람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외부에서 나쁜 기운이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 경우에 커다란 효과가 있다. 술은 열기운이 심할 뿐 아니라 대독(大毒)이 있기 때문에 적당량 이상 마시면 인체에 해악을 끼친다. 술로 인하여 야기되는 질환은 주사비(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코가 빨개지는 것을 말한다), 소갈(인체의 진액이 소모돼 나타나는 당뇨와 유사한 증상), 황달, 치질, 실명 등이 있다. 술병을 예방하려면 적당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술로 인하여 질병이 생기면 증상과 체질에 따라 소변과 땀으로 술독을 배출하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민간에서 많이 사용하는 칡 같은 것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노권상(勞倦傷) 노권상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해 나타나는 증상을 총칭한다. 노권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육체적으로 과도하게 움직여 기를 손상시킨 것과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혈을 손상시킨 경우가 있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동시에 무리하여 기혈이 모두 손상된 경우다. 이를 구분하는 것은 증상과 더불어 맥을 참고하여 기와 혈중(血中)에 어느 부분이 손상을 받았는가를 보아 치료하는데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황저건중탕(黃建中湯), 쌍화탕(雙和湯) 등의 약물을 각각 상황에 맞게 가감하여 처방할 수 있다.
방로상(房勞傷) 성관계를 무리하게 해 나타나는 증상을 방로상이라고 한다. 방로상은 장부 중에서 주로 신(腎)의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는데 이로 말미암아 신장과 유관한 부위에 질병이 나타난다. 이는 뒤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겠다.
식적으로 상한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음식을 잘못 먹어서 체했는데 감기가 걸린 것처럼 으슬으슬 춥고 머리가 아픈 때가 있는데 이를 식적류상한(食積類傷寒)이라고 한다. 이때는 상한 때처럼 발산시키는 치료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평위산 같은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몸이 허한 증상들
허(虛)라는 것은 피모(皮毛)·기육(肌肉)·근맥(筋脈)·골수(骨髓)·기혈(氣血)·진액(津液)이 부족한 것을 말하는데 허로라는 것은 허한 상태에서 몸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총칭하는 것이다. 허로는 크게 오로(五勞), 육극(六極), 칠상(七傷)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약이란 이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이다. 만약에 이런 증상이 없는데 보약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허증이라고 하여도 그 종류가 다양하고 사람이 타고난 장부의 편차가 각기 다르니 정확하게 판단하여 투약해야 할 것이다. 만약, 허하지 않은데 보약을 투여하면 적취(積聚) 등의 실증(實證)이 나타나서 오히려 해롭다. 또한 허증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부분이 약한지 정확히 판단하여 약을 먹어야 한다. 만약 엉뚱한 부분을 보하게 되면 오행(五行)의 상극(相剋), 음양의 불균형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오로, 육극, 칠상 등에 대하여 간단하게 고찰해보자.
오로 오로는 간·심·비·폐·신의 오장이 허약한 상태를 말한다. 어떤 일을 크게 고민하면 간이 상하고 간이 상하면 그 계통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근골이 땅기며, 어지럽고, 옆구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간이 허할 때에는 공진단(拱辰丹), 사물탕(四物湯), 귀용원(歸茸元) 등의 약물을 상태에 따라 가감하여 처방한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할 경우에는 심(心)이 손상을 받는다. 심이 상하면 얼굴에 혈색이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몽정, 도한(盜汗, 잠잘 때에 땀이 흐르다가 깨어나면 멎는 증상), 구설생창(口舌生瘡, 입과 혀가 허는 것)이 있고, 심하면 가슴이 아프고 목이 붓는다. 이를 치료할 때는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고암심신환(古庵心腎丸), 구원심신환(究源心腎丸) 등을 쓴다.
생각하는 일에 너무 몰두하면 비(脾, 소화기 계통)를 손상시킨다. 비가 손상되면 식욕이 없어지고, 살이 마르고, 사지를 움직이기 싫어하며, 관절이 뻣뻣하면서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에는 참령백출산(參白朮散), 귤피전원(橘皮煎元) 등의 약물을 이용한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면 폐를 상한다. 폐가 상하면 기운이 없고, 가슴과 배가 차갑고 심하면 터럭이 타들어가며 진액이 마르고 기침을 하게 된다. 이를 치료하려면 인삼황저산(人參黃散), 독삼탕(獨蔘湯) 등을 응용한다. 체면치레하느라 지절(志節)을 지키거나 성관계를 무리하게 하면 신을 손상시킨다. 신이 손상되면 그 계통인 골격계에 손상을 받는다. 이로 인하여 요통, 골통(骨痛), 백탁(白濁, 소변이 탁한 증상)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신기환(腎氣丸) 등의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육극 육극(六極)은 오로(五勞)와 유사한 것인데 인체의 구성성분인 기(氣), 혈(血), 근(筋), 골(骨), 육(肉), 정(精)이 극에 달한 상태를 말한다. 또한 칠상(七傷)이 있는데 오로로부터 육극이 나타나고 육극으로부터 칠상으로 증상이 발전하는데 허로의 증상이 상당히 심하여진 상태로, 빨리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칠상 칠상은 음부가 차가운 것, 음위(陰, 남자의 발기능력이 떨어지는 현상), 이급(裏急, 대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증상), 정액이 새는 것, 정액의 양이 적은 것, 정액이 멀건 것, 소변을 자주 보는 것 등이다. 이러한 증상으로 야기되는 질환은 무수히 많다. 한의학은 증상에 따라서 치료하는 의학이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치료하는 의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비록 같더라도 그 치료하는 법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불을 켠 채 섹스하지 말라
신형 사람이 생성하는 과정과 양생하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양생의 금기로 드는 것으로, 매일 지켜야 하는 금기는 저녁에 많이 먹지 말 것이며, 한 달 동안 지켜야 할 금기로는 그믐달이 보일 때는 음주를 과도하게 하면 안 되고, 1년 동안 지켜야 할 금기로는 겨울에 먼 곳으로 여행하지 말고, 종신토록 지켜야 할 금기로는 불을 켜놓고 성관계를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몸을 보존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약물로는 경옥고(瓊玉膏), 반룡환(斑龍丸), 인삼고본환(人參固本丸)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정(精) 정은 인체가 생명활동을 하는 데 기본이 되는 물질이다. 흔히 정액으로 이해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정을 아껴서 함부로 배출시키지 말라고 한다. 정은 마음이 고요하고 욕심이 없는 상태가 되면 체외로 배출되지 않지만 욕심이 생기면 체외로 배출되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정에 손상을 입었을 때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치료법도 있지만 마음을 안정시켜서 치료하는 방법도 상당히 발달해 있다. 각각 상황에 맞게 보정탕(補精湯), 계지용골두래탕(桂枝龍骨牡蠣湯) 등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기(氣) 인체가 섭취한 곡식과 인체가 호흡한 것이 합쳐져서 기가 생성된다. 한의학에서는 기를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살찌게 하며, 우리 몸의 구규(九竅)의 열고 닫음을 주관한다. 기가 병드는 원인은 크게 보아서 칠정(七情, 7가지 감정인 喜, 怒, 憂, 思, 悲, 驚, 恐이 도를 넘은 것을 말한다), 육음(六淫, 외부환경에서 인체에 침입하여 발병에 이르게 하는 6가지 기운으로 風, 寒, 暑, 濕, 燥, 火를 가리킨다), 음식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병인들은 기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하여 칠기(七氣), 중기(中氣), 상기(上氣), 기통(氣痛)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칠기란 칠정에 의하여 기가 병드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이 매핵기(梅核氣,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목 부분에 가래가 생겨서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해 갑갑한 증상)다. 중기는 화를 심하게 내고 난 뒤에 사람이 쓰러져서 나타내는 중풍과 유사한 증상을 말한다. 상기는 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올라와서 숨이 차고 다리와 허리 등의 인체 하부가 차가워지는 증상이다. 기통(氣痛)은 오늘날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로 신경성질환을 말하는데 칠정 때문에 기가 정상적인 운행을 못 해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기통에는 이진탕(二陣湯), 사칠탕(四七湯), 정기천향탕(正氣天香湯), 소자항기탕(蘇子降氣湯) 등을 응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神) 신이란 인체의 기혈을 통솔하여 각기 맡은 직무를 수행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신이 병들어 나타나는 현상은 경계(驚悸, 심장이 뛰는 증상), 정충(), 건망(健忘), 전간(癲癎), 전광(癲狂) 등이 있다. 신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신의 집인 심이 제 구실을 하여야 한다. 신은 심의 기혈이 있어야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심은 물고기와 마찬가지고 피는 물과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물에 있으면 편안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펄떡펄떡 뛰는 것은 심장이 물이 없을 때에 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혈(血) 혈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주로 출혈과 관련된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다.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은 칠정, 열, 음주 등이며 출혈 유형으로는 코피, 토혈(吐血), 해혈(咳血)과 수혈(嗽血, 기침할 때에 피가 나오는 것), 타혈(唾血, 침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과 객혈(血, 피를 뱉는 것), 요혈(尿血, 소변시 출혈이 있는 것), 변혈(便血, 대변시 출혈이 있는 것), 치뉵(齒, 잇몸에 출혈이 있는 것)과 설뉵(舌, 혀에 출혈이 있는 것), 혈한(血汗, 피가 땀처럼 나서 옷을 붉게 물들이는 증상), 구규출혈(九竅出血, 인체의 아홉 구멍에서 출혈이 있는 것) 등이 있다. 이를 치료하려면 각각의 원인을 찾아서 조치하는데 사물탕, 사궁산(莎芎散), 지각지황탕(犀角地黃湯) 등을 가감하여 응용한다.
꿈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꿈도 중요한 진단기준이 된다. 꿈은 인체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가령 먹지 못해서 위가 허할 경우에는 먹는 꿈을 꾸는 것이다. 꿈은 심기가 허해 나타난다고 보아 심을 보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또한 신경을 지나치게 쓰거나 큰 병을 앓을 때도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목소리 육음(六淫), 담열(痰熱) 등이 심과 폐에 있거나 큰병을 앓은 후에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인삼평보탕(人參平補湯), 가자산(訶子散) 등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말 사람이 크게 놀라면 말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칠정 때문이거나 중풍에 걸려 담이 있거나, 풍기가 있거나, 신(腎)이 허할 때 나타난다. 증상보다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데 밀타승산(密陀僧散), 지황음자(地黃飮子) 등을 쓴다.
진액 땀에는 자한(自汗, 움직이기만 하면 나는 땀), 도한(盜汗, 잠잘 때에 나는 땀), 심한(心汗, 다른 곳에는 땀이 없고 심장이 뛰는 부위에만 땀이 나는 것), 수족한(手足汗, 손바닥과 발바닥에 나는 땀), 음한(陰汗, 사타구니 밑에 나는 땀) 등이 있다. 그 원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양기를 손상시키고 땀구멍이 열린 틈을 타고 차가운 기운이 들어가서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에 땀이 많은 사람은 땀 나는 것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담음(痰飮) 담음은 인체 내 진액이 불순물 형태로 남아 있으면서 기혈의 순환을 방해해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담음이 있는 사람은 대개 구토, 오심(惡心, 음식물을 먹기 싫어하고 속이 메슥메슥하며 토할 것 같은 증상), 어지럼증, 두근거림,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는 증상이 반복됨, 유주작통(流注作痛, 등이 아팠다가 허리가 아프고 다시 옆구리로 통증이 옮겨다니는 증상) 등이 있다. 담음은 음식, 칠정 또는 장부가 허해서 생긴다. 오늘날에는 담음이 일으키는 질환이 가장 많은데 이는 잘못된 식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라 한다.
오장육부는 인체의 뿌리
3권에서는 오장육부와 충(蟲), 대·소변, 머리, 얼굴, 눈, 귀, 코, 입과 혀, 치아, 인후(咽喉)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를 인체의 뿌리로 본다. 나뭇잎만 보아도 뿌리의 상태를 알 수 있듯이 얼굴색, 혀, 대소변 등을 보고 오장육부의 상태를 살필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오장육부 오장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을 말하는데 정(精), 신(神), 혈(血), 기(氣), 혼(魂), 백(魄)을 저장하고 있다가 인체가 생명활동을 하면서 이를 필요로 할 때에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간은 눈과 관련되어 있고, 심은 혀, 비는 입술, 폐는 코, 신은 귀와 관계가 있다. 경락은 장부의 줄기와 같은 것으로 장부의 이상이 경락이 지나가는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장부는 사람의 오지(五志, 기뻐함·성냄·생각하는 것·슬퍼하는 것·공포감을 느끼는 것)를 주관하는데 오지의 상태를 보고서도 오장 상태를 파악할 수가 있다. 가령 너무 좋아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은 심과 관련이 있다. 심장에 열이 심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열(心熱)을 꺼주는 약물을 사용하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증상을 고칠 수가 있다.
육부는 담(膽), 위(胃), 대장(大腸), 소장(小腸), 방광(膀胱), 삼초(三焦)를 일컫는다. 육부의 주요한 작용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진액을 유통시키는 것이다. 담은 용겁(勇怯)을 주관하는데 담이 약하여 겁이 많은 사람에게는 담을 보강하는 치료를 한다. 위는 음식물을 담아서 흡수하는 구실을 맡고 있는데 위에 음식물이 쌓여 있는 실증인 경우에는 배가 아프고 몸이 무거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위를 편하게 하는 평위산 등을 써서 그 실한 상태를 개선한다.
이와 반대의 경우로 위가 무력하여도 사지무력,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위를 보강하는 치료를 한다. 소장은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을 대변으로 나갈 것과 소변으로 나갈 것으로 분별한다. 대장은 소장으로부터 대변 재료를 받아서 항문으로 배출하는 일을 담당하는 부위다. 방광은 소장으로부터 받은 소변 재료를 배출시키는데 방광의 기가 약하면 소변을 참을 수가 없고 반대로 실한 경우에는 소변을 보지 못한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혹은 소변을 못 보는 경우 다 문제가 되는데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경우에는 소변으로 정(精, 뼛속을 채워주는 인체의 구성성분)이 빠져나가 요통, 족통 등 뼈와 관련된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삼초는 수곡을 운송하는 도로 구실을 하는 부위다. 일반적으로 삼초의 외후(外候, 밖으로 드러난 형태)는 코인데 코가 삐뚤어진 사람은 수곡을 운반하는 도로인 삼초도 굽어 있어서 대소변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변 소변에 관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과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소변을 보지 못하는 질환은 원인이 참으로 다양하다. 소변은 방광에 모여 있다가 전음(前陰, 생식기)을 통해 배출되는데 병의 원인은 심과 폐가 있는 상초(上焦)에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상초를 담이 막고 있어서 소변이 안 나오는 경우는 담을 토하게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폐의 원기가 약해져서 안 나오는 경우는 원기를 보강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의학은 대증의학(단지 증상만 보고서 치료하는 의학을 말한다)이 아니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살펴서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을 추구하는 의학인 것이다.
대변 대변 장애는 크게 설사와 변비로 나눈다. 한의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황제내경’에도 대변과 소변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면 다른 증상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먼저 치료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요즘도 통용되는 치료의 대원칙인데, 어떤 증상을 치료해도 대변과 소변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치료는 잘못된 치료다. 먼저, 설사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들은 풍·한·서·습의 외감성 설사가 있으며 담이 원인인 담설(痰泄)이 있고 음식물이 원인인 식적설(食積泄), 주설(酒泄)이 있으며 인체의 장부가 허약하여 오는 비설(脾泄), 신설(腎泄), 허설(虛泄)과 병증을 말해주는 활설(滑泄), 화설(火泄)이 있다.
외감성 설사는 외감의 특징을 나타내는 설사를 말한다. 허약성 설사는 장부의 특징과 더불어 설사가 나타나는데 대개 허설은 병이 오래된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변비는 크게 나누어 진액이 손상된 경우와 기가 원활하게 변을 수송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진액이 모자라서 변비가 되는 경우는 진액을 보충시키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기가 원활하게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는 사지를 움직여주는 운동요법과 더불어 기의 운행을 도와주는 치료법을 동시에 선택한다.
얼굴 부위별 증상 & 치료법
머리에 나타나는 병증 머리에 나타나는 병증으로 가장 일반적인 질환은 두풍(頭風), 어지럼증, 두통이 있다. 두풍은 위에 담음(痰飮)이 있는 상태에 다시 풍(風)이 침입하여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징은 어지럼증이 있고, 얼굴 부위에 마비증상이 나타나서 안면신경마비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위의 담음을 제거하고 풍을 없애면 치료가 된다.
어지럼증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누는데 풍훈(風暈), 열훈(熱暈), 습훈(濕暈) 등 외감성과 담훈(痰暈), 기훈(氣暈), 허훈(虛暈) 등 내인성이 있다. 각각의 증상은 권1과 권2에서 언급하고 있는 병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다. 두통도 현훈과 원인이 비슷한데 그중에서 진두통(眞頭痛)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진두통이 생기면 머릿속 전체가 아프면서 손과 발이 극히 차갑고 손톱과 발톱이 푸른 빛을 띤다.
안면에 나타나는 병증 얼굴은 위의 경락인 양명경(陽明經)이 주로 관장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얼굴이 차가워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면한증(面寒證)과 얼굴이 후끈거리는 면열증(面熱證)으로 나눈다. 면한증은 위가 약한 경우에 흔히 나타나며 손발이 시리고 추위를 못 견디는 증상이 겸하여 나타나는데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약물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반대로 면열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얼굴에 열이 나고 대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수족이 따뜻한 경우에는 위의 열을 내려주는 약물로 치료하고 반대로 허양(虛陽)이 얼굴로 올라오는 경우에는 맥을 통하게 하는 따뜻한 약물을 투여한다.
눈에 나타나는 병 눈은 간이 주관하는데 세분하면 오장과 육부에 모두 배속시킬 수가 있다. 오장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자면 흰자위는 폐에 속하고 검은자위는 간에 속하며 위와 아래 눈꺼풀은 비(脾)에 속하고 안쪽과 바깥쪽 눈꼬리는 심(心)에 속하고 검은자위의 중심인 동자는 신(腎)에 속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눈을 이용한 진단의 방법을 사용해왔다. 안과질환은 대개 화(火)가 눈으로 올라와 생긴다. 화기(火氣)가 생기는 것은 권1에서도 간략하게 설명하였지만 칠정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안과질환을 예방하려면 마음을 수양하여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뺏기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귀에 나타나는 질환 신장이 제대로 작용하면 소리를 잘 들을 수가 있다. 귀와 관련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은 이명, 이롱(耳聾, 소리가 안 들리는 것), 정이(耳, 귀에 진액이 엉켜서 만든 덩어리가 있어서 소리가 안 들리는 증상), 농이(膿耳, 귀에서 고름이나 진액이 나오는 증상) 등이 있다.
이명은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인데 재미있는 것은 좌측, 우측, 양측에 따라 병의 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좌측은 여자들에게 많은 질환인데 분노가 원인이다. 우측은 남자에게 많은 것으로 과도한 성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양측이 울리는 것은 위가 실한 경우가 많으므로 위를 사(瀉)하는 치료법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이롱이 허증 때문이라면 보하는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한데 일반적으로 병이 오래된 경우에 많다. 칠정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칠정의 유형을 잘 살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이와 농이는 풍열(風熱, 풍과 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것)로 인한 것이 많아 풍열을 치료하는 형개연교탕(荊芥連翹湯), 만형자산(蔓荊子散) 등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들 코는 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콧병의 유형으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비연(鼻淵), 비구, 비색(鼻塞), 비통(鼻痛) 등을 들 수 있다. 비연이라는 것은 코에서 탁한 액체가 흐르는 것이다. 보통 담의 열이 뇌로 들어가 생성된다. 비구는 코에서 맑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비색은 코가 막히는 것이고, 비통은 코가 아픈 증상을 말한다.
폐가 차가운 경우에는 맑은 진액이 나오는 비구나 비색이 많고, 열이 있을 경우에는 비연이나 비통 증상을 나타낸다. 원인을 살펴서 여택통기탕(麗澤通氣湯), 형개연교탕(荊芥連翹湯) 등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입과 혀에 나타나는 질환 입과 혀도 중요한 진단수단이다. 입술이 푸른 빛을 띠는 것은 속이 차갑기 때문이고, 입술이 마른 경우는 어혈(瘀血)이 체내에 있어 코피가 나는 사람이 많다. 속에 열이 심한 경우는 입술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갈증이 있으며 혓바닥에 노란 설태가 생긴다.
혀는 5미(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를 주관하는데 5미는 오장과 관련이 되어 장부의 진단에도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임신 초기에 신것을 좋아하는 임신부는 간이 허약하여 간을 보하는 신것을 먹는 것이다.
이 이는 신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잇몸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윗잇몸은 위에 속하고, 아랫잇몸은 대장과 관련을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잇몸에 질병이 생기는 것은 이들 세 장부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이가 흔들리면 신장이 허약해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에 열이 있을 경우에는 흔히 윗잇몸이 붓고, 반대로 대장에 열이 있으면 아랫잇몸이 붓는다.
인후(咽喉) 인(咽)은 음식물을 삼켜 위로 전달하고, 후(喉)는 공기를 받아들여서 폐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인후에 질병이 생기는 것은 열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인후의 병의 급속하게 진행하면 사혈(瀉血, 피를 빼주는 치료법)시키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병세가 완만한 경우에는 약물을 써서 열을 내려주는 치료법을 응용한다.
목에서 발까지, 부위별 증상 & 치료법
제4권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경항(頸項), 배(背), 흉(胸), 유(乳), 복(腹), 제(臍), 요(腰), 협(脇), 피(皮), 수(手), 족(足), 모발(毛髮), 전음(前陰), 후음(後陰), 곽란(亂), 구토(嘔吐), 해수(咳嗽) 등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외형편과 잡병편에서 다룬 것들인데 간략하게 언급해 보겠다.
경항(頸項) 목의 앞부분을 경(頸)이라고 하며, 뒷부분을 항(項)이라고 한다. 경은 주로 신장과 관련된 질병이 많고, 항은 방광과 관련된 질환이 많은데 이는 신장과 방광이 표리(表裏, 오장과 육부의 뱃속을 설명하는 용어로 겉과 속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를 이루기 때문이다. 항이 병드는 원인은 방광에 풍사(風邪)가 들어온 경우가 가장 많다. 그래서 옛날에 북쪽에 살던 사람은 털목도리를 목에 둘러 사기가 침범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등(背) 배는 폐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폐는 우리 몸의 양기를 주관하는 장기인데 양기가 떨어져서 차가운 기운이 들어오거나, 담음이 있어서 양기의 작용을 막을 때에 등이 시린 증상이 찾아온다. 이는 오늘날에도 흔한 질환인데 통증과는 확연히 구분되게 시린 증상을 위주로 하여 나타난다.
가슴(胸) 가슴은 심장과 폐장이 있는 부위이고 음식물과 호흡이 지나가는 중요한 경로다.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질병과 사기가 흉중(胸中)으로 교차하여 들어와서 흉(凶)한 징조를 나타내기 때문에 흉(胸)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식적(食積)과 담음이 가장 많고 외감성 육음(六淫)이나 칠정(七情)에 의한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각각의 원인에 맞게 청열해울탕(淸熱解鬱湯), 가미사칠탕(加味四七湯), 행기향소산(行氣香蘇散) 등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젖가슴(乳) 남자는 양(陽)에 속해 양기가 아래로 내려가므로 여자에 비하여 가슴이 빈약하고 음경(陰莖, 자지)이 늘어져 있는 것이다. 여자는 음(陰)에 속하는데 음기는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젖가슴은 크고 음호(陰戶, 보지)는 오그라들어 있는 것이다. 젖가슴을 지나는 경락은 위장을 지나가므로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 위장의 내용물이 빠져 배가 쉽게 고픈 것이다. 아이를 낳은 뒤에 젖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는 위장에서 젖의 재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허증인 경우이고 둘째는 위장에 재료는 충분히 있는데 젖꼭지까지 가는 통로가 막혀 있는 경우다. 젖이 나오지 않을 때 흔히 돼지족발을 먹는데 이는 허증에 유효한 처방이다. 실증인 경우라면 통로를 뚫어주는 통초(通草) 등의 약물을 가감한 처방을 사용해야 한다.
배(腹) 배는 음에 속하는 부위다. 배꼽 윗부분을 대복(大腹)이라고 하는데 주로 위장과 관련한 질환을 반영하는 부위이고, 배의 아랫부분은 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배꼽은 신장과 관련한 질병이 있을 때에 이상을 보인다. 배는 음에 속하기 때문에 양자십법(養子十法, 어린 아이를 기르는 10가지 방법)에도 가슴과 머리는 시원하게 하지만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하라고 말했다.
복통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속이 차가워서 생기는 것이 가장 흔하다. 이를 한복통이라고 하는데 평상시 속이 차가운 사람이 차가운 음식을 먹거나 배를 차갑게 했을 때 나타난다. 이와는 반대로 속에 열이 있어서 생긴 복통을 열복통이라고 하는데 통증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하면서 복부가 뜨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것은 덥혀주고, 더워서 생기는 병은 식혀주는 치료를 하는데 후박온중탕(厚朴溫中湯), 황련탕(黃連湯), 이진탕(二陣湯) 등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배꼽(臍) 사람이 똑바로 섰을 때 손가락 끝부분과 발바닥의 중심이 되는 부위가 배꼽에 해당한다. 옛사람들은 배꼽을 생명의 근본으로 인식하고 이 부위에 뜸을 떠 생명의 근원을 견고히 했다. 배꼽 부위에 뜸을 뜰 때는 소접명훈제방(小接命熏臍方), 혼제종자방(溫臍種子方) 등을 처방했다.
허리(腰) 사람은 서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데 허리 또한 직립하여 있는 경우가 많다. 허리가 직립하여 있을 때에 그 밑부분을 받치고 있는 장부가 바로 신장이다. 한의학에서는 허리와 신의 관계를 중시하는데 신장이 약해지면 뿌리가 무너진 상황이 돼서 요통을 유발하는 것이다. 어른들 앞에서 젊은 사람이 허리 아프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예의였던 때가 있는데 이는 성관계 등을 무리하게 한 이후에 요통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척추는 대관절이고 12경락이 모두 허리를 지나간다. 그러므로 12경락의 문제는 허리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요통을 10가지로 구분하여 치료하는데 그중에서 한습(寒濕, 차갑고 습한 기운)이 가장 많다고 한다. 허리의 통증에 이용하는 처방으로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여신탕(如神湯), 조기산(調氣散) 등의 가감법이 있다.
옆구리(脇) 옆구리는 간(肝)과 담(膽)에 속하는데 간과 담에 문제가 있을 때 옆구리가 아픈 증상을 수반한다. 화를 낸 뒤나 크게 놀란 후에 옆구리가 아픈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화를 내면 간을 손상시키는 까닭이고 크게 놀라면 담이 상하는 까닭이다.
손(手) 심폐(心肺)에 사기가 있으면 손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운동을 못 한다. 이것은 심폐에서 기를 받아야만 손이 운동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풍(風)·한(寒)·습(濕)도 기의 흐름을 방해하여 운동능력을 떨어뜨리고 통증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로 칠정, 담음, 어혈 등이 있다. 각각의 원인에 맞게 백개자산(白芥子散), 반하금출탕(半夏芩朮湯), 서경탕(舒經湯) 등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다리(足) 다리는 인체의 하부에 있어서 폐와 위에서 생성된 기를 받아야 제 기능을 할 수가 있다. 다리에 통증이 있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각기(脚氣)라고 하는데 이는 기가 다리에 공급되지 못해 일어나는 증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면 다리에 기가 공급되지 못하는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 일반적으로 풍·한·서·습의 사기(邪氣)가 기운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해 각기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쉰 살 전후의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이 이것인데 풍한서습의 사기 이외에도 담음이나 허증 때문에 야기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여자에게 이러한 질환이 많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여자는 출산을 하기 때문에 골반이 벌어져 있어서 머리와 몸통의 체중이 가해지면 무릎 부분이 어그러지는 신체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여자는 음체(陰體)에 속해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각기를 일으키는 커다란 요인으로 생각된다.
생식기(前陰)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 간의 경락)이 지나가는 경로에 아랫배가 위치하기 때문에 아랫배에 나타나는 질환은 간의 이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아랫배에 나타나는 질환을 산증(疝症)이라고 하는데 산증은 아랫배와 생식기에 연관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산증은 담음, 식적, 어혈 등이 간경(肝經)으로 흘러들어가서 간경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하여 발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산증을 치료하는 약물로는 천태오약산(天台烏藥散), 청목향원(靑木香元), 사신환(四神丸), 반총산(蟠蔥散) 등이 있다.
남자의 생식기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질환은 음종(陰縱), 음축(陰縮), 음위(陰), 목신(木腎), 음랭(陰冷), 음낭습양(陰囊濕痒) 등이 있다.
남자의 성기는 여름이 되면 늘어지고 겨울이 되면 오그라드는데 이는 겨울에는 양기가 신체 내부에 있고 음기가 밖에 있으므로 차가운 기운 때문에 성기가 오그라드는 것이다. 여름에는 음기가 내부에 있고 양기가 신체 외부에 있으므로 성기는 늘어지게 되어 있다. 이 원칙은 각종 질환에 통용되는데 가령 중풍으로 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의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차가운 기운 때문이고 반대로 늘어지는 질환은 열기에 의하여 근육이 늘어지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몸을 움츠리는 것은 이와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음종은 성기가 늘어지는 것이고, 음축은 성기가 오그라드는 것이다. 두 질환은 음기와 양기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 병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위는 발기불능상태를 말한다. 음위는 칠상(七傷)의 범주에서 언급하고 있을 만큼 허로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허로 중에 신장과 간장의 양기가 약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환소단(還少丹) 등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음위와 반대되는 증상으로는 목신이 있다. 목신은 성기가 항상 발기해 있으면서 감각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은 심장의 화기가 하강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인데 심장의 화기를 내려주는 치료를 한다.
여자의 생식기와 관련된 질환으로는 음창(陰瘡), 음호돌출(陰戶突出), 음호습양(陰戶濕痒), 교접출혈(交接出血), 음랭(陰冷) 등이 있다. 여자의 병은 칠정으로 인하여 야기된 질환이 많은데 음창이나 음호돌출(음부가 아래로 삐져나오는 증상), 음호습양(음부가 가렵고 짓무르는 증상) 등은 스트레스 등이 유발한 화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교접출혈(성교시에 출혈이 있는 것)은 간화가 생겨 비(脾)의 기운을 억눌러서 비가 피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상실하여 나타나는 증상이다. 간화를 풀어주고 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을 내복하고 쑥을 비단에 싸서 음부에 넣어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항문(後陰)
항문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치질, 치루, 탈항(脫肛)이다. 치질은 대장과 소장 부위에 풍습, 습열 등이 어우러져서 발병한다. 병증에 따라 나누어보면 항문이 덩어리를 이루면서 삐져나온 것은 습(濕)이고, 항문이 빠지면서 붓는 것은 습열이다. 또한 가려운 것이 참지 못할 정도거나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열이 원인이다. 마른 사람이 변비가 심하면서 치질이 있는 것은 조열(燥熱)로 인하여 발병하는 것이다. 치루는 치질이 터져서 고름이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역시 주색(酒色)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많고 치질보다 위중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탈항은 대변을 볼 때에 항문이 밑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기가 허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곽란(亂, 토하면서 동시에 설사를 하는 증상) 곽란은 외부에서 풍한의 사기가 침범하고 안으로는 차가운 음식을 먹어 정상적인 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바람에 토하면서 동시에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토사(吐瀉)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습곽란이라고 하는데 위장에 머물러 있는 식적(食積)이 설사와 구토를 통하여 모두 배출이 되고 나면 회복되는 것이 상례다. 또 배가 심하게 아프면서 심하면 손과 발이 차가워지고 장이 꼬이는 증상은 건곽란이라고 한다. 건곽란은 습곽란과 달리 매우 위험한 증상이다. 일단 소금물을 먹이고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서 환자를 토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토한 뒤에는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한다.
구토(嘔吐) 구토는 위장에 있는 음식물이 입으로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병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위가 차가울 때는 음식물을 먹은 지 오래 지나서 토하는데 손발이 차갑고 입술이 파란색을 띠고 갈증이 없다. 반대로 위에 열이 많을 때는 음식물을 먹자마자 토하고 손발이 뜨겁고 갈증을 느낀다.
위장이 차가워서 나타나는 구토는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약물을 응용하고, 열이 있어서 나오는 구토는 위의 열을 식혀주는 약물을 응용한다. 또 음식물을 먹으려 할 때에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하려 하나 실제로는 토하지 않는 것을 오심(惡心)이라고 한다. 오심은 위에 불순물인 담음이 있을 때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인데 담음을 없애주는 이진탕(二陣湯) 등의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기침(咳嗽) 해수는 비록 폐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먼저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해수는 대개 봄에는 폐와 간에 원인이 있고 여름에는 화기(火氣)로 인한 것이 많으며 가을에는 습기와 건조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겨울에는 찬기운으로 인한 것이 많다. 발병경로에 따라 기침의 원인을 세분하면 외감성(외부에서 사기가 들어온 것)과 내인성(내부의 장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에서 사기가 침입하여 발병한 질환은 사기를 체외로 몰아내는 치료법을 위주로 하고, 내부의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해수는 내부의 부조화를 조화시키는 치료법을 위주로 한다.
적취·부종·창만 등 특수질환
제5권에서 언급하는 문제들은 적취(積聚), 부종(浮腫), 창만(脹滿), 소갈(消渴), 황달(黃疸), 온역(瘟疫), 제창(諸瘡), 제상(諸傷), 해독(解毒), 구급(救急), 잡방(雜方) 등이다. 이중에는 오늘날에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질환도 있는데 환경과 식생활의 변화, 의학의 발달 등으로 사라진 것이다. 여기서는 오늘날 볼 수 있는 질환 위주로 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적취(積聚)
적취는 복강 내에 생기는 질환인데 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체외로 배설되거나 체내에서 순환되어야 할 것들이 순환하거나 배설되지 못해 발병한 것을 말한다. 적(積)은 오장에서 생기는 것인데 뭉친 것이 움직이지 않고 항상 있던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취(聚)는 육부(六腑)가 만들어낸 것인데 아픈 곳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특징으로 적에 비하여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적취가 있는 부위를 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인체의 좌측에 생기는 것은 혈적(血積, 피가 순환하지 못하고 모여 있는 것)이 많고, 우측은 담음이 모여서 생기는 것이요, 중간에 생기는 것은 음식물이 소화 안되고 남아 있는 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들의 경우에는 혈적이 많은데 생리나 출산과 관련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적취가 있는 경우에 먼저 기를 원활하게 하는 약물에 각각의 병인에 맞는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부종(浮腫)
부종은 비위의 소화기와 관련이 깊다. 그러므로 부종이 생기려고 하는 사람은 위의 경락이 내려오는 시점인 눈밑이 먼저 붓기 시작한다. 자고 일어났을 때에 눈밑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몸이 붓는 부종이 생기려는 징조인 것이다.
소화기가 좋지 못하여 생기는 부종은 습종이라고 하는데 부은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금방 올라오지 않고 서서히 원상태로 회복된다. 이와는 반대로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에 움푹 들어가지 않는 것을 기종(氣腫)이라고 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또한 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혈종은 혈행장애로 말미암은 것으로 생리가 안 나오는 증상과 더불어 피부에 검푸른 실핏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몸이 붓는 증상은 외형으로 보기에는 똑같지만 그 원인이 다르므로 치료하는 법도 현저히 다르다. ‘제중신편’에서 부종의 민간요법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은 무뿌리의 아랫부분을 진하게 달여서 먹으라고 하는데 이는 부종 초기나 일시적인 부종일 경우에 한번 응용할 만한 자가요법이라고 생각된다.
창만(脹滿) 창만은 배는 부르지만 사지는 심하게 붓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비장의 기운이 허한 것이 극에 달한 진장병(眞臟病)이어서 치료가 쉽지 않다. 위에 설명한 부종과 다른 점은 부종은 음식을 먹는 것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창만의 경우에는 음식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암 말기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인데 원인에 따른 치료법을 명기하고 있다.
소갈(消渴) 소갈이란 피와 진액을 주관하는 장기인 위장과 대장에 열이 뭉쳐서 음식물을 과도하게 소화시켜 쉽게 배고픈 증상을 수반하고 진액을 태워버림으로 인하여 갈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오늘날의 당뇨병에 이와 유사한 병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흔한데 당뇨가 곧 소갈은 아니다. 소갈은 열이 어느 부위에 있는가를 구분하여 상소, 중소, 하소로 나누어서 치료하는데 열이 심할 경우에는 열을 꺼주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진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진액을 보충하는 치료법을 선택한다. 소갈이 심해져서 창만, 강중(强中, 몸 안에 있는 진액을 모두 태워 고름 같은 오줌이 나오고, 화기가 심하므로 성기가 항상 발기되어 있지만 조루를 보이는 증상) 등의 전변증으로 변할 경우에는 치료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전변을 막는 약물로 가감팔미원(加減八味元), 인동원(忍冬元) 등을 소개하고 있다.
황달(黃疸) 황달이란 온몸에 황색이 나타나는 증상인데 황색은 오행 중 토(土)에 속하고 습(濕)도 또한 토에 속하므로 소화기를 주관하는 비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흔하게 생기는 질환이다. 황달의 원인으로는 음주, 식적, 섹스, 한습(寒濕), 습열(濕熱) 등을 들고 있다. 주독이나 식적으로 인한 황달일 경우에는 식적과 주독을 풀어주는 약물을 사용하여 치료하고, 습열로 인한 것은 땀을 내거나 소변으로 습열의 독기를 뽑아내서 치료한다. 성관계를 과도하게 해 생긴 황달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한습의 경우에는 등과 몸이 차가우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을 동반하는데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물에 황달을 치료하는 약물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치료한다.
제상(諸傷) 제상 부분은 그 당시의 생활을 유추해볼 수 있는 참으로 재미있는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제상에서는 장창(杖瘡, 나무로 두들겨 맞아서 생긴 상처), 견상(犬傷, 개에 물린 것), 묘교상(猫咬傷, 고양이에 물린 것), 사교상(蛇咬傷, 뱀에 물린 것) 등 자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주로 다뤘다.
장형(杖刑)이 없어진 오늘날 장창과 같은 질환을 찾아보기도 힘들겠지만 장형이 형벌에 주요 수단이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이 또한 중요한 치료법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심지어 매맞기 전에 복용하는 약물도 있었으니 세월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락의 주제와는 맞지 않지만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여자에게 복용시켜서 질투심을 없애는 처방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가 일부다처를 용인하던 사회였기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해독(解毒) 약물요법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한나라 시대에 저술된 ‘상한론’에 보면 약물의 부작용과 의사의 잘못된 처치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병과 대처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보인다. 이러한 방법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이 있는데 이중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복어독은 중독이 되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였다. 이를 치료하려면 참기름을 많이 마시고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토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돼지고기를 먹다가 중독이 된 경우에는 부추를 먹는다고 설명한다. 회를 먹다가 중독이 된 경우에는 생선 대가리를 달여서 먹는다고 설명하는데 오늘날 일식집 등에서 회를 먹은 후에 생선 대가리를 넣은 매운탕을 내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또한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를 먹을 때에는 식초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조의 독을 푸는 것이 식초인 까닭이다. 채소의 독에 대한 설명에 참기름이 채소의 독을 해독한다는 설명이 있다. 요즘에도 채소를 무칠 때에 참기름을 한두 방울 넣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채소의 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잡방(雜方) 잡방에는 당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약재의 목록과 수치(修治, 약물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방법)를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모기를 피하는 방법, 이와 벼룩을 피하는 방법, 옷에 좀이 스는 것을 막는 방법 등 실생활에 긴요한 처방들을 소개하고 있다. 잡방에서 소개하는 약제들은 내국약제라고 하여 내의원에서 임금에게 진상하는 약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내국약제들은 부용향(芙蓉香), 의향(衣香), 육향고(六香膏), 만병무우고(萬病無憂膏) 등이 있었는데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다.
부용향은 사도세자가 창을 치료하려고 온양온천으로 행궁할 때에도 소지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 용도는 다른 지방으로 옮겨갔을 때에 나쁜 기운이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의향은 옷의 냄새를 없애는 데 쓰였고, 육향고는 겨울에 동상을 입었을 때 치료하는 약물이었으며, 만병무우고는 모든 종독(腫毒)에 사용하는 통치방이었다.
여성질환:임신, 출산, 자궁 관련 질환 등
제6권에서는 여자의 질환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자들의 질환에 대하여 특별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남자에 비하여 여자는 기혈이 조화롭지 못하고, 임신·출산과 관련한 질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여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남자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보다 10배는 어렵다고 한다. 여자의 질환으로 언급한 것들은 구사(求嗣, 임신 못하는 것을 치료함), 임신시와 산후의 질환들, 과부와 사니(師尼, 여승이나 수녀같이 결혼을 안 하거나 남편과 사별한 여자들)의 질환, 자궁과 관련한 질환(생리관계의 질환, 대하) 들이다.
불임 불임치료에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남자의 경우에는 잦은 성교로 허증을 유발해서 불임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발기가 안 되는 경우, 몸이 차가운 경우 등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처치를 설명하고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일단 조경(調經, 생리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만약 생리가 규칙적이라면 비척(肥瘦)에 따라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놓는 치료를 병행한다. 마른 사람은 피가 부족하여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를 보충하는 치료를 하고, 뚱뚱한 사람은 담음(痰飮)이 자궁을 막아서 불임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담음을 없애는 치료를 실시한다. 또한 여자는 칠정(七情)으로 인해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칠정이 기운의 흐름을 막아 정자를 받아들이고 태아를 키우는 기혈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칠정의 종류를 명확히 파악하여 치료하는 것 또한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다.
태아의 성별을 구별하는 법 태아의 성별을 구별하는 것은 현재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처벌받는 행위다. ‘제중신편’에는 맥과 그 외 여러 현상을 보고 태아의 성별을 알아보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다. 여기서는 맥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아들과 딸을 구별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하겠다.
태아가 남자일 경우 산모의 왼쪽 자궁에 위치하기 때문에 산모로 하여금 남쪽으로 걸어가게 하면서 뒤에서 남편이 부르면 왼쪽을 쳐다본다고 한다. 태아가 여자일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오른쪽을 쳐다본다. 또한 산모의 유방이 뭉치는 것을 보고 남녀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좌측은 남아이고, 우측은 여아라고 한다.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의서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중국의 의서에는 남자아이를 여자아이로 바꾸는 방법도 적혀 있다고 한다.
임신시의 질환 임신 후에 병에 걸리면 태아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임신하기 전과는 치료법이 많이 다르다. 임신했을 때에 산모와 아이를 같이 보호하는 치료법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동시에 구하지 못한다면 그 우선순위가 산모가 될 것인가? 태아가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먼저 살린다는 것이다. 그럼, 산모가 살지 태아가 살지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이에 대비한 진단법이 있다. 산모의 입술과 혀의 색을 보고 진단하는데 가령 산모의 입술이 검붉고 혀는 빨간색을 띤다면 산모는 죽고 태아는 살릴 수 있다는 것이요, 반대로 혀는 검붉은데 입술은 빨간색을 띤다면 태아는 죽지만, 산모는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시의 질환으로 가장 흔한 것이 오저(惡咀)다. 오저는 일반인들이 입덧이라고 알고 있는 임신 초기의 증상인데 구역질, 어지러움, 전혀 먹지 못하거나 특정 음식만 먹는 것, 사지의 무력증 등을 동반한다. 오저가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위장에 담음이 있는 것인데 임신으로 인하여 소화기능이 저하돼 위장 내에 음식물이 머물러 이러한 증상들을 유발한다. 위장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치료를 하는데 임신 후 100일이 지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오저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 태루(胎漏)와 태동(胎動)이다. 태루는 임신중에 하혈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기허(氣虛)하면서 열이 있거나, 과도한 성관계를 들 수 있다. 태동은 태루보다 위험한 증상으로 복통이 있으면서 하혈하는 경우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안정을 취하면서 원인을 먼저 치료한다.
반산(半産)은 태아가 유산되는 것을 말한다. 원인으로는 몸이 약한 경우, 기혈이 울체된 경우, 열이 심한 경우가 있다. 보통 양(陽)의 수에 해당하는 3개월, 5개월, 7개월째 유산되는 경우가 많아 습관적으로 유산이 된다면 임신 3개월, 5개월, 7개월이 되기 전에 원인에 맞는 유산방지약을 복용해야 한다.
또 일단 유산이 됐다면 정상적으로 분만했을 때보다 조리를 더욱 잘해야 한다. 정상적인 분만이라면 밤이 완전히 익어 껍데기가 벗겨져서 땅으로 떨어진 것에 비유할 수 있지만 반산은 밤이 익지 않았는데 꼬챙이로 파서 안에 있는 밤을 꺼낸 것과 같이 밤의 껍데기라 할 모체가 입은 손상이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임신시의 감기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임신했을 때 감기에 걸리면 그 치료가 쉽지 않다. 감기 치료도 중요하지만 태아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중신편’에서는 임신시의 감기에 대해 태아를 보호하면서 감기를 치료하는 처방을 각각의 증상에 맞게 예시하고 있다. 그 증상이 경미한 사람을 위하여 식치(食治)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 방법을 여기에 소개하겠다. 파 아래쪽 흰 부분과 실뿌리 12개, 생강 80g과 물 3~4사발을 끓여서 2사발 정도가 되게 달여서 먹고 땀을 빼는 것이다.
산후의 질환 산후에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아침통(兒枕痛, 산후에 패혈이 체외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복통), 혈훈(血暈), 혈붕(血崩, 하혈이 심하여서 산이 무너지는 듯한 것), 딸꾹질, 산후견혼담어(産後見魂語, 출산후에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를 하는 것), 산후발열(産後發熱), 산후음탈(産後陰脫, 산후에 음부가 밑으로 늘어지는 것), 울모(鬱冒, 산후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산후풍(産後風, 산후에 중풍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 산후두통(産後頭痛), 산후혈하(産後血, 아침통과 비슷한데 복부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통증이 일정한 곳에 있지 않고 옮겨 다니는 증상), 산후구역(産後嘔逆), 산후유뇨(産後遺尿, 산후에 자기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증상), 산후설리(産後泄利), 산후대변비결(産後大便秘結), 산후부종(産後浮腫) 등이 있다.
산후 질환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산후에 출혈이 심해서 나타나는 경우는 허증이라고 하는데 이에는 피를 보충하는 치료를 한다. 반대로 어혈이 체외로 배출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을 실증이라고 하는데 이에는 어혈을 체외로 배출하는 치료를 한다. 산후에 주의해야 할 점은 100일 이내에 신경을 많이 쓰거나 노동,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 성관계 등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주의하지 않으면 허증을 유발하여 온갖 질병이 생기고 심할 경우에는 사망하게 된다.
과부와 승니 등의 질환 과부나 승려 등 홀로 생활하는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은 일반적인 부인의 질환과 다르다. 원래 남자는 정(精)을 위주로 생활하고 여자는 혈(血)을 위주로 살아가는데 남자는 정이 충만하면 여자가 생각나는 법이고 여자는 혈이 충만하면 임신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만약 혈이 성한데도 회임하지 못한다면 추웠다 더웠다 하는 증상이 반복되고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갑갑하면서 때로 땀이 난다. 조금만 움직이거나 생리 때가 되면 더욱 심해지는데 이는 그 사람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이러한 증상은 간기(肝氣)를 억눌러주고 열을 풀어주는 약물로 치료하는데 근본적인 치료는 마음에 맞는 짝을 구하여서 결혼하는 것이다.
자궁과 관련이 있는 질환 우선 생리와 관련한 질환과 대하(흔히 냉이라고 한다) 두 종류에 대해 언급하겠다. 남자에게 이상이 있으면 변화가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곳이 얼굴이다. 반면에 여자의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생리다.
생리는 충맥과 임맥이 작용하여 14세가 되는 여자에게 나타나서 49세가 되면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경수는 음혈이고 음혈은 양을 좇는 까닭에 정상적인 생리는 화색을 띠어야 한다. 화색은 오행 중에서 적색을 말하는데 몸 상태에 따라서 이 색에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변화가 나타나는 양상을 역으로 추측해보면 몸의 상태를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가 있다. 가령 색이 검은 것은 열이 심한 것이고, 연한 붉은색이 나타내는 것은 허증 때문이다. 자줏빛을 띠는 것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풍이 있는 것이요 콩을 끓인 것과 같은 색은 습담 때문이다.
통증의 양상으로도 질병을 유추할 수 있는데 생리 전과 초기에 통증이 있는 것은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리를 한 후에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허증으로 인한 증상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허증에는 보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기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해 나타나는 실증의 경우에 보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막힌 것을 더욱 막히게 하여 건강에 지극히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대하를 사람들은 대개 냉이라고 한다. 마른 사람과 뚱뚱한 사람의 경우 냉이 생기는 원인이 다르다. 뚱뚱한 사람은 습담이 있어서 냉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마른 사람은 열이 심하여서 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냉으로 인하여 불임이나 소화불량, 요통, 현훈(어지럼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냉을 치료하면 이러한 증상이 모두 없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각종 소아질환과 대처법
제7권은 소아 질환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마지막에 양로(養老, 노인을 봉양함)에 관한 부분이 있다. 소아에 대하여는 보호법(保護法), 태열(胎熱)과 태한(胎寒), 변증(變蒸), 객오중오(客中惡), 야제(夜啼, 아이들이 밤에 우는 것), 태경간풍(胎驚癎風), 급경풍(急驚風), 만경풍(慢驚風), 제열(諸熱), 해로, 체이(滯) 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겠다.
보호법 아이를 기르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① 두꺼운 옷을 입혀서 너무 덥게 하면 피부가 상한다.
② 따뜻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는 햇볕을 쬐어 기혈을 강건하게 해준다.
③ 콩으로 만든 베개를 베게 한다.
④ 한쪽 방향으로만 뉘어두면 경기를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누인다.
⑤ 이불을 감싸고 업을 때에는 얼굴을 노출시킨다.
⑥ 3~5개월 사이에는 아이를 세워서 안고 외출하지 말아야 한다.
⑦ 6개월이 되면 묽은 죽을 먹인다.
⑧ 울고 있을 때에는 젖을 먹이지 말고, 젖을 먹일 때에는 낯선 것이 보이지 않게 한다.
⑨ 젖을 너무 많이 먹이면 위를 손상시키므로 적당히 먹인다.
⑩ 다리는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서늘하게 하며, 정수리와 뒷덜미는 바람이 들지 않게 천으로 감싸준다.
⑪ 항상 오래된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힌다. 새옷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
태열과 태한 태열과 태한은 아이가 산모의 뱃속에서 성장하면서 산모의 한열(寒熱)한 환경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태열은 눈을 감고, 대소변 보지 못하고, 젖을 먹지 않고, 울기를 그치지 않는다. 태한은 몸이 차갑고 검푸른 변을 보면서 배가 아프고 많이 우는 것이다.
변증(變蒸)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오장육부가 외부 세상에 적응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을 변증이라고 한다. 변증은 보통 32일에 한 번씩 나타나서 320일이면 마치게 되는데 몸에 열이 나는 것은 감기와 유사하지만 엉덩이와 귀가 차가운 것이 감기와 다르다. 튼튼한 아이는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고 약한 아이는 평화음자(平和飮子) 등의 약물로 치료한다.
객오중오(客中惡) 객오란 소아의 정신이 아직 연약한데 갑자기 이상한 물건을 보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 증상은 거품을 토하거나 물똥을 싸고, 얼굴이 여러 가지 색으로 바뀌고, 배가 아프면서 간질을 일으키는 듯 눈을 위로 치뜨는 상태를 나타낸다. 중오도 객오와 비슷한 원인으로 나타나는데 외부의 나쁜 기운에 감염돼 배와 가슴이 아프면서 인중에 검푸른 색이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다.
야제(夜啼) 야제란 아이가 밤에 우는 증상을 말한다. 야제의 원인으로는 한(寒), 열(熱), 구창(口瘡, 입 안에 종기가 있는 것), 객오 등을 들 수 있다. 한으로 인한 야제는 손발이 차갑고 허리를 웅크리면서 우는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육신산(六神散) 등의 약물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열이 유발한 야제는 얼굴이 붉고, 소변이 붉은 색을 띠는데 도적산(導赤散) 등의 약으로 심장의 열을 식혀준다.
아이가 밤에 우는 것은 열의 증상이 가장 많은데 매미 껍질을 곱게 갈아서 먹이면 아주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밤에 우는 아이에게 매미를 먹여서 치료하는 기전을 한의학에서는 매미가 밤에는 울지 않고 낮에만 우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태경간풍(胎驚癎風) 태경간풍이란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 산모가 욕심을 많이 부리거나 화를 내거나 크게 놀라서 넘어지는 바람에 태아가 영향을 받아 출생 이후에 간질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급경풍(急驚風) 급경풍이란 큰 소리를 듣거나 놀라 수족이 꼬이고 입을 앙다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자와 남자가 다른데 여자는 오른손이 꼬이면서 오른쪽을 쳐다보고 눈동자가 아래로 향하고 있으면 예후가 양호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하다. 남자의 경우는 여자와 반대로 판단한다.
만경풍(慢驚風) 만경풍이란 급경풍과 유사한 증상을 말하는데 오랫동안 토사를 했거나, 큰병을 앓은 후, 차가운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하는 등의 이유로 비장이 손상되어 나타난다. 급경풍은 양증이기 때문에 차가운 약을 써서 열을 내려주지만 만경풍은 음증이기 때문에 몸을 데워주는 따뜻한 약을 써 치료한다. 남자아이가 설사 후 이 증상을 나타내면 예후가 불량하고, 여자아이가 토하는 것으로 이 증상을 나타내면 예후가 불량하다. 이러한 예후의 판단기준은 만경풍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제열(諸熱) 제열 항목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오장의 열증과 허열, 실열이다. 간열(肝熱)의 특징은 깜짝깜짝 놀라고, 왼쪽 뺨이 빨갛고, 새벽에 열이 심해진다. 심열(心熱)은 열이 심하면서 이를 갈고 이마가 붉다. 비열(脾熱)은 얼굴이 누렇고 코가 빨개지면서 눕기를 좋아한다. 폐열은 오른쪽 뺨이 빨개지면서 기침을 하고 저녁 때 더욱 심해진다. 신열은 턱이 빨개지면서 몸이 무겁고 다리에 열이 나면서 눈을 아래로 내리 깐다. 허열은 병을 앓은 뒤에 발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갈증이 없고 땀을 줄줄 흘리면서 피곤해한다. 실열은 숨소리가 거칠면서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붉고 대변이 잘 안 나온다.
오장의 열증을 치료하는 약으로는 사청환(瀉淸丸), 도적산(導赤散), 사황산(瀉黃散), 사백산(瀉白散),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등이 있다.
해로 해로는 두개골의 봉합 부분이 합쳐지지 못한 것을 말한다. 원인은 신기(腎氣)가 약하여 뇌수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질적인 소인을 살펴서 팔미환(八味丸), 신기환(腎氣丸), 팔물탕(八物湯) 등을 가감하여 치료한다.
체이(滯) 체이란 침이 흘러서 턱을 적시는 것을 말한다. 속이 차가워서 나타나는 한증에는 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약물을 응용하고, 속에 열이 많아서 물이 냄비에서 끓어넘치는 현상과 같은 열증에는 열을 식혀주는 약물을 응용하여 치료한다.
노인 기력 북돋우는 약물들
‘제중신편’에서는 노화의 원인을 혈쇠한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노인은 약성이 극렬한 약물을 써서 치료하는 것보다는 식치(食治)와 온화한 약성을 가진 탕제로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래에 ‘제중신편’에 노인의 처방으로 소개하는 약물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소임죽(蘇荏粥):노인의 변비를 치료한다 소자(蘇子, 소엽 씨)를 물에 담가서 위에 뜨는 것을 없애고 깨끗이 씻어서 볶은 것과 들깨를 같은 분량으로 찧어둔다. 소자와 들깨, 멥쌀 가루를 섞어 물을 적당히 붓고 끓여서 묽은 죽을 쑤어 수시로 복용한다. 이 처방은 노인의 변비뿐 아니라 변비가 있으면서 기침을 하는 경우에도 효과가 좋다.
행도죽(杏桃粥):어두운 눈과 기를 치료한다 행도죽은 노인의 피부가 건조한 것, 체중이 줄어드는 것, 기침, 눈과 귀가 어두운 것을 치료한다. 먼저 살구씨를 뜨거운 물에 넣어서 껍데기와 양쪽 뾰족한 부분을 버리고 물에 담가서 독을 없앤다. 다음으로 호두를 깐다. 두 가지 약을 빻아서 곱게 갈아서 물과 섞어서 체에 걸러낸 다음 걸러낸 물과 멥쌀을 조금 섞어서 죽을 쑤어서 수시로 복용하는데 하지 이후에는 복용하지 않는다.
개암죽(榛子粥):속을 따뜻하게 한다 개암죽은 노인의 기력을 북돋우고, 소화기의 작용을 도와 설사가 멎고 속이 따뜻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암 열매를 물에 담가 껍데기를 벗겨내고 물과 섞어서 갈아 멥쌀을 조금 넣고 묽게 죽을 쑨다. 꿀을 조금 넣어서 수시로 복용하는데 장복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밤죽(栗子粥):노인의 기력을 북돋운다 노인의 기력을 북돋우고, 장위(腸胃)를 튼튼하게 하고, 일체의 마비질환을 비롯한 풍병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란 밤을 곱게 갈아서 끓이다가 쌀뜨물을 넣고서 약한 불로 달여서 걸쭉하게 만들어서 수시로 복용한다.
모과죽(木果粥):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을 치료한다 근골을 강하게 하고,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을 치료한다. 모과를 곱게 갈아서 물에 달이다가 모과물이 어느 정도 우러나면 쌀뜨물을 넣고 죽을 쑤어서 꿀과 생강을 넣어 복용한다.
홍시죽(紅枾粥):갈증을 풀어준다 심장과 폐에 수분을 공급해 갈증을 풀어주는데 주독으로 인한 갈증에도 효과가 있다. 홍시를 물과 같이 갈아서 즙을 낸 다음에 찹쌀 씻은 물을 넣고 죽을 쑤어서 꿀을 조금 넣고 복용한다.
우골고(牛骨膏):소화기를 강화시킨다 소화기를 강화시켜서 근골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뼛속의 정수를 채워 수명을 연장시키는 작용이 있다. 어리고 살진 수송아지 뼈를 끓여서 물을 졸아들면 다른 그릇에 놓아서 식힌다. 엉기는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끓여서 양념을 하여 수시로 복용한다.
오과다(五果茶):만성감기 치료한다 노인의 기력이 약하여서 오랫동안 낫지 않는 감기를 치료한다. 호두 10개, 은행 15개, 대추 7개, 겉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밤 7개, 생강 40g을 같이 달여서 2~3차에 걸쳐서 복용한다.
약물의 효능과 금기
제8권에는 각각의 약물에 대한 효능과 금기 등을 정리한 약성가를 수록하고 있다. 약성가는 약물에 대한 사항을 노래처럼 만들어서 암기하기 쉽게 한 것으로 중국 의서인 ‘만병회춘’과 ‘수세보원’에서 303종을 빌려오고, 새로 83종을 덧붙여서 386종을 수록했다. 신증한 약물은 주로 음식물과 관련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약물이란 것은,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 상태와 반대되는 기전의 것을 투여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즉 몸이 차가운 사람은 더운 약을, 더운 사람은 차가운 약을 복용케 해 몸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차가운데 차가운 성질을 가진 음식을 상복한다면 건강을 해치게 되고 만약 몸이 더운데 더운 음식을 먹으면 해롭다고 볼 수 있다. 다음에 음식과 관련한 약물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살구씨 약성이 따뜻하고 맛은 쓰다. 기침과 대장의 기가 막혀서 대변을 못볼 때 긴요하게 쓰이는 약이다.
익모초 맛이 달고 따뜻하다. 몸이 차가운 여자를 치료하는 긴요한 약으로 산후와 임신 전에 어혈을 없애고 새로운 피를 만드는 작용을 한다.
대나무 잎 맛이 달다. 열을 내려서 잠을 못 자는 것을 치료하며 가래를 없애주므로 기침을 멎게 하고 갈증을 없애준다.
먹는 소금 맛이 짜서 음식물이 가슴에 얹혀서 통증을 일으킬 때 소금물을 먹고 손을 넣어 토해내게 할 때 쓴다.
작설차 맛이 쓰다. 열이 상초에 있어서 갈증을 일으키는 것을 치료하고 머리를 맑게 하며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술 혈맥을 통하게 하고 근심을 없애주는데 적당히 마시면 정신을 건강하게 하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몸을 손상시킨다.
가지 맛은 달고 약성은 차다. 신기를 강화하고 정(精)을 채워주며 마른 사람은 살이 찌게 한다.
고사리 맛은 달고 약성은 차다. 소변을 잘 보게 하고 갑자기 열이 나는 질환에 효과가 있다. 단지 오랫동안 복용하면 양기를 소멸하여 다리에 힘이 없는 질환이 생길 우려가 있다.
글을 맺으며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제중신편’에 나타난 의학사상과 치료의 기본적인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셨으리라고 본다. 원래 한의학의 기본 치료이론은 대증치료가 아니고, 병인을 살펴서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제중신편’에서도 여러 가지 병인을 열거하고 병인에 알맞은 치료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또한 병인에 맞는 치료법 이외에도 대증요법에 대한 기록도 무시하지 못할 분량이다.
의학의 대중화란 면에서 ‘대증요법’을 정리한 ‘제중신편’은 우리 의학사에 중요한 획을 긋고 있는데, 당시 상황이 숙련된 의사와 약물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던 시대였음을 생각할 때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두 가지 부분의 노력으로 나타나는데 향약의 보급을 위한 노력과 조선 내에서 새로 만들어내는 처방인 신증처방이다. 당시 당약(唐藥)이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서 일반 민중은 쉽게 치료받지 못했기에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흐름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실학을 위주로 하는 실용적인 사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 배경이다. 사회·문화적인 흐름이 의학 내부에도 수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제중신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영만
방대한 자료로 좋은 정보를 올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강명길 어의 선조에 대한 내용은 사극에서 방영된 바 있지요.